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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지 않으면 긴 밤만이 이어진다. 사람들은 계속해서 긴 밤 속에 있다.

 


사람들은 잠을 이길 수 없었다. 길을 걷다가도, 느긋이 쉬다가도, 중요한 업무를 보다가도 잠에 취해 쓰러져버렸다. 일본에서 시작해 전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그 현상은 서서히 사회를 잠식했고 체계를 마비시켰다.

병원을 찾고, 커피를 마셔도 허사였다. 단 한 사람도 증상이 호전되는 일 없이 심해지기만 했고, 아주 짧은 시간이나마 깨어났을 땐 깊은 우울감과 절망에 빠져 꿈 속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절규하기도 했다. 단순한 기면증의 유행이나 육체적 피곤, 전염성 바이러스의 문제로 보기엔 규명할 수 없는 문제들이 많았다. 수면병은 출신과 국가를 막론하고 역병처럼 퍼져나갔다.

사람들은 이를 프시케 신드롬(Psyche Syndrome)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아름다움의 상자를 열어버려 죽음같은 잠에 든 사람처럼 보인다는 이유에서였다.

 

“지금 사람들은 몽롱한 잠에 빠져 있습니다. 기구에서 확답 가능한 건 이 뿐입니다. 몸에는 큰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잠에 취한 사람들은… 마치 각자의 꿈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것처럼, 많게는 하루 23시간 가량 수면을 취하고 있습니다.”

프시케 신드롬 현상 해결을 총괄하는 세계보건기구의 발표였다. 보건기구에서는 전 인류를 위협하는 이상 수면 현상을 ‘수면병’으로 칭했다.


빛 없이 긴 밤 속에서는 혼자 외로울 뿐이지만, 우리는 서로가 내는 빛에 이끌려 여기 모였다.
우리는 내일도 여기서 만난다. 어제처럼.


세계보건기구의 발표가 전세계로 송출된 지 몇 주 후, 보건기구에 몇 통의 제보가 도착한다. 수면병이 사람들을 덮치기 시작한 때부터 계속해서 같은 사람, 같은 우주선이 나오는 같은 꿈을 꾼다고. 그 일이 벌써 수 차례고 꿈 속에선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데, 혹시 수면병과 연관이 있는 것이 아니냐고.

처음에는 단순한 도시전설 취급을 받았지만, 놀랍게도 제보를 한 사람들을 조사한 결과 ‘꿈 속에서 만났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어떤 면식과 연관이 없던 것이 밝혀졌다. 하나, 둘. 우주선 속의 사람들은 점차 늘어갔고 그 속에는 현실에서도 인연을 가졌던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은 인류를 휩쓴 수면병 현상에 면역을 갖고 있었다. 눈을 감고 잠에 들면, 고래 모양의 우주선 안에서 만난다는 것이다. 국가도, 성별도, 나이도, 하는 일도 모두 달랐기에 쉽사리 이유를 알 수도 없었다. 그들의 유일한 공통점은 수면병에 영향을 받지 않았고, 꿈에 들어온 첫 날부터 저마다 색이 다른 크리스탈을 품에 지니고 있었다는 것 뿐.

세계보건기구는 같은 꿈을 꾸는 이들이 특수한 뇌파를 발산한다는 걸 확인했고, 꿈에서 먼저 깨어 현실로 돌아오면 꿈에서도 모습을 감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세계보건기구는 각지에 흩어진 모든 고래의 꿈을 꾸는 인원들을 기구 내에 불러모으기 시작했다. 거부하는 인원들은 온갖 설득과 강압적인 방법으로 데려왔고, 자력으로 세계보건기구까지 갈 수 없는 경우엔 교통과 금전적 수단을 동원하기까지 했다.

우리는 세상을 구하기 위해 선택받은거야. 크리스탈을 손에 들고, 희망의 태엽을 감아라퐁! 프레이 체인지!

고래의 꿈을 꾸는 그들이 수면병과 정확히 어떤 연관이 있는 걸까? 답은 꿈 속의 우주선에서 나타난 신비로운 동물, 아포와 아루였다. 그들은 선택받은 사람들에게 크리스탈의 사용법을 알려주고 그 힘을 다룰 수 있는 변신기를 넘겨주며, 몇 가지 정보를 알려주었다.

그들이 선택받은 것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었고, 여기엔 말할 수 없는 아주 중요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꿈 속에서 소유한 크리스탈의 이름은 프레이포스로, 수면병에 잡혀버린 사람들은 저마다 희망을 품고 기도하는 마음이 존재하며, 그 힘이 그들과 프레이포스, 아포와 아루에게 힘을 준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 힘과 반대되는 거대한 악 또한 존재해, 사람들이 깨어난 후에 우울감과 절망에 빠져 괴로워 하는 이유가 된다고도 설명했다.
이대로 있다간 모두가 정체도 알지 못하는 고통과 괴로움에 휩싸여 아파하게 된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그 마음에 보답하고 악을 물리친 뒤 현실을 되살리기 위해,

별과 별 사이를 넘나들고 사람들의 희망을 구원하는 <소망전대 호시렌쟈>가 되어야 한다고.


그렇게 그들이 호시렌쟈로 모인지 6달 후. 인류의 90%가 수면병에 잠식당하고 만다. 아포와 아루는 우주선을 위한 연료이자 프레이포스를 움직이는 힘, ‘희망의 조각’을 준비했다. 호시렌쟈가 다른 별로 이동할 수 있을 만큼의 용량이었다.

세계보건기구의 요원들까지 수면병에 쓰러지기 시작하자, 기구는 더 늦기 전에 호시렌쟈가 현실의 영향을 받지 않고 꿈 속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동면 장치를 준비해, 모든 일이 끝날 때까지 꿈 속에서 머무를 수 있도록 한다. 호시렌쟈는 이에 동의했고, 전 대원은 동면 장치에 들어갔다. 모두가 잠든 고요한 현실 대신, 어떤 일이 일어날 지 모르는 광활한 우주를 향해.

​세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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